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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의 IT 문제

한국의 관공서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막연하게 문제라는 얘기가 많을뿐, 나도 실제 관련업무를 하기 전에는 정확히 뭐가 문젠지 알수가 없었다. 어제 트위터에서 공직자들의 명함에 표시된 이메일 주소가 Gmail로 되어있는게 문제라는 트윗을 보고 공직자 이메일에 대한 얘기를 트위터에 했었는데, 생각난김에 관련 글타래를 풀어볼까 한다.

한국의 관공서 전산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2가지에서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웹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관공서 쪽이 좀 더 문제를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지만 말이다.)

  1. 공인인증서
  2. 액티브엑스

공인인증서는 인터넷 금융거래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업무사이트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다만 일반적인 금융거래용 공인인증서 NPKI와는 달리 GPKI라는 이름으로 공무원 전용 공인인증서가 쓰인다.[1] 발급을 받는것도 조금 까다롭다. 내가 특이한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난 정규직이 아니라 일단은 군복무를 대체하는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다.), 공문서가 오고 가야 발급이 가능하다.

일단 공무원용 GPKI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나면 모든 업무사이트의 로그인은 이것을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할 수있는 외부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그 모든 과정을 액티브엑스를 이용해 해결한다. 내가 쓰는 업무사이트만 4,5개 정도인데 아마 다른 부서에서 사용하는 모든 업무사이트를 다 합치면 엄청난 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모든 곳이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를 필요로 한다. 덕분에 윈도우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업무사이트의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내가 아는바로는 공인인증서가 필요없는 업무 사이트가 두 곳이 있는데, 새올이라는 곳과 온-나라라는 곳이 있다. 이 두 곳은 공인인증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반으로 로그인을 한다. 하지만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으면 접속이 안되기 때문에 액티브엑스가 필요하다. 이 두 사이트는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가 아니면 외부 컴퓨터로는 접속도 안된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액티브엑스를 쓰다보니 앞서 말했듯 윈도우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만을 사용해야한다. 여기서 비극이 발생하는데, 최근에 나오는 IE10 같은 경우엔 하위버전의 IE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액티브엑스와는 호환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액티브엑스로 떡칠되어있는 사이트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관공서 컴퓨터들은 IE의 최신버전이 아니라 IE 8에서 더 이상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 그 상위 버전으로 업데이트 하면 MS에서 자동업데이트를 활성화시켜놓아서 IE10으로 자동 업데이트되는데 그런 경우엔 업무 사이트에 접속할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직자 전용 메일인 Korea.kr의 경우에는 공무원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을 하게 되어 있다. 모든 공문서에서는 코리아 메일을 기입해야한다. 하지만 윤필구(@philkooyoon)님에 의하면 외부에서 주고받는 메일주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 정부 기관에서 오신 분들 명함중 상당수가 gmail 계정을 쓰고 계심. 한국에선 ’관행’일지 몰라도 미국 기준으론 상당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인데, 아실런가..

공직자메일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로그인에 공인인증서를 필요로 한다. 인증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컴퓨터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하고, 외부에서 접속하고자 한다면 GPKI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를 들고 윈도우와 IE가 있는 컴퓨터를 찾아야 한다. IMAP이나 POP3를 지원하지 않아[2] 모바일이나 서드파티 앱(Outlook이나 Mail.app)에서 사용하기도 힘들다.


관공서에서 쓰는 한글 문서도 액티브엑스와 연관된 측면이 많다. 공문서가 오고가는 온-나라에서는 브라우저에 플러그인 형식으로 쓸 수 있는 한글문서 편집기가 있는데, 이게 한글 문서를 제외하면 로딩이 되지 않는듯 싶다.[3]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MS워드의 doc 파일은 브라우저에서 열리지 않기 때문에 설사 공문서에 사용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그걸 쓰려는 공무원은 많지 않을듯 싶다. 한글 파일로 만들어지는 공문서는 예상과는 달리 한글 앱을 열고 작성하기보다는 온-나라 사이트에서 브라우저 플러그인을 이용해 작성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당연히 한글문서 편집기 플러그인 자체가 액티브엑스를 이용한다.

관공서의 컴퓨터를 몇 년 주기로 교체해주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앞으로 교체되는 컴퓨터들이 발생하면 공무원들의 업무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새로 교체되는 컴퓨터들은 완제품 PC를 구입하는 관공서의 특성상 윈도우8이 설치되어있을테고, 기본적으로 최신의 IE를 포함할 것이다. 업무 사이트의 원활한 이용이 힘들어질테니 윈도우7이나 XP로 다운그레이드 하는 웃지못할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것 같다. (웃픈일이지만 내가 근무하는 곳의 사무실에서는 윈도우 XP 컴퓨터가 가장 많고, 그것보다 하위버전의 윈도우가 돌아가는 컴퓨터도 있다.)

최근 금융거래에서는 액티브엑스를 배척하고, 공인인증서 대신 또다른 인증 수단을 허용하자는 움직임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내가 볼때 적어도 공무원들의 업무사이트에서는 비슷한 시도가 힘들어보인다. 나로서는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감도 안 온다. 첫단추를 잘못 끼운게 이래서 무섭다.


  1. 웃기게도 이 공무원용 공인인증서도 C:\GPKI 에 저장된다.  ↩

  2. 상급자에게 결재를 받으면 모바일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내가 공직자메일 사이트에서 본 설정항목에는 IMAP이나 POP3 항목이 없었다.  ↩

  3. 사실 한글 문서 이외의 형식을 본 적이 없다. 한글을 제외한 문서는 PDF 뿐인데, PDF의 경우에는 플러그인에서 열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