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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방사능 때문에 망할거라고?

며칠전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이 공유한 “일본은 벌써 망했습니다. 일본여행? 그저 웃지요.”라는 글을 봤다. 대략적인 내용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서 일본에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으며, 이를 일본 당국이 숨기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글을 읽기 전에 한번쯤 읽어보는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다.)

하지만 난 원래 삐딱선을 잘 타는 인간인지라(일단 내용의 대다수가 조금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출처에 대한 링크를 하나도 걸어주지 않아서 비판적으로 보게됐다. 사실 출처가 네이트 판이라는걸 가장 삐딱하게 봤음.) 정말 관련된 글이 있는지 하나하나 구글링을 시작했다. (게다가 작성자가 친절하게 “판단은 글을 읽고나서 본인이 직접 해보세요.”라고 권유도 해줬다.)

가장 먼저 소개된 것은 세계 5대 과학지인 PNAS 에서 발표한 일본 방사능 지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 지도가 들어가 있다는 PNAS 논문을 찾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서 관련 결과를 찾아봤고, 운이 좋다면 PNAS 논문도 구글 검색에서 걸릴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색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논문이 검색된것이 아니라 한국웹에서 네이트 판 글을 펌질한 것들이 잔뜩 떴다. 심지어 이 사진의 원 출처가 PNAS가 아니라 프랑스의 르 몽드지에서 만든 지도라는 글도 떴다. 이 글은 2011년 10월 14일에 쓰여진 글이었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었던 2011년 3월 12일부터 약 7개월 사이에 만들어진 이미지라는걸 알수 있었다. 어쨌든 그 기간 사이에 일본의 원전사고와 관련된 논문을 검색해보면 딱 한개가 뜬다.[1] 제목이 “Evidence of neutron leakage at the Fukushima nuclear plant from measurements of radioactive 35S in California”라는 논문이다. 제목부터 느낌이 오지만 이 논문에는 그런 지도가 없다. 르 몽드지는 어떨까? 여기서도 기간을 잡고 검색해봤는데, 저 지도가 포함된 기사는 찾을수 없었다.

애시당초 생각이 조금만 있다면 저 지도에서 뭔가 의심스러운 점을 찾을 수 있다. 지도에 표시된 지명으로 보아 프랑스에서 제작된 지도일 가능성이 크다는건 알수 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검은색 부분에는 영어로 Forbidden Zone이라고 쓰여져있다는 것이다. (난 프랑스어를 못해서 구글 번역을 돌려봤더니 Forbidden Zone의 프랑스 번역은 Zone interdite였다.) 그래서 알게 된건 원본 지도는 따로 있고, 누군가 위에 덫칠을 했다는 것이다. (원본 지도의 출처가 Japanfan이라는 사이트라는건 코믹)

지금 일본은 일본인이 방사능 측정을하고 그것의 정보를 교류하면 잡혀가는 법안이 통과됐어요.

이 말에 대한 것도 찾아봤다. 이에 대한 소개를 하는 블로그가 있었다. 근데 말이 조금 애매하다. 이 법안은 정확히 말하면 방사능 측정을 하고 그것의 정보를 교류하면 잡혀가는게 아니라 국가가 무엇이 기밀인지를 정한다는 법이다. 방사능 수치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한 법이긴 하지만, 저렇게 방사능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라기보다는 일본의 우경화와 관련된 법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된 일본 정부의 정책적인 대응에 대해서도 자세히 정리가 되어 있는데, 여기 어디에도 저 법안에 대한 얘기를 꺼내진 않는다. 이 법안에 대해 소개한 블로그 글이 있어서 링크한다.

동국대 김익중 교수의 글을 인용한 것에 대해서도 얘길 해보면, 이 말의 원출처는 핵이 정말 안전할까요?라는 강의이다. 약 1시간 분량의 강의인데, 약 13분 가량에 비슷한 말이 나온다. 정확히 김익중 교수가 말한걸 옮긴게 아니라 중간중간 각색이 들어갔다. (물론 전하고자 하는 말이 다른건 아니다.) 아마 작성자가 참조한 것은 강의가 아니라 그걸 각색한게 아닐까 싶은데, 그 각색에 대한 출처 확인도 이미 다른 곳에서 의심스럽다는 얘기를 던진게 있다.

우리나라 동태의 90%가 넘는 양이 일본산이라고 합니다. 전 동태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생태,명태,황태,명란젓,아가미젓 드시지 마세요. 위의 생선들은 후쿠시마를 돌아다니다
러시아 쪽으로 이동해가는 것들 입니다. 일본산 생태에서 세슘이 검출된 사실은 이미 알려져있죠.

이것도 거짓말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동태는 절반 이상이 러시아산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더 이상 굳이 검색을 해볼 이유가 있나 싶다.

업데이트) 이 부분에 대한 부가설명을 더 해보고자 한다. 사실 반박으로 동태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산이라는 말은 좀 부족하다. 동태는 명태를 얼린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명태에 대해 검색해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부분의 많은 양은 러시아산이 맞다. 하지만 작성자가 말하는 바에 의하면 러시아산도 후쿠시마를 거쳐 가기에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러시안산 명태가 어디서 잡히는지 찾아봤다.[2] 러시안산 명태는 주로 베링해와 오호츠크해에서 잡힌다. (베링해가 주서식지라고 한다.) 베링해는 후쿠시마와 서울과 떨어져있는 거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알래스카와 인접해 있다.) 해류가 문제가 아니냐고 할수 있는데, 후쿠시마를 지나는 쿠로시오 해류는 베링해로 향하지 않고 북태평양 해류로 향한다. ADFG(Alska Department of Fish and Game)이라는 알래스카의 정부기관에서 내놓은 자료를 읽어보면 주로 베링해에서 잡히는 러시아산 명태들의 방사능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3]

호주와 캐나다의 비자발급 중단에 대한 얘기도 거짓말이다. 이들 국가는 비자 발급을 중단한 적이 없으며, 관련 기사라고는 비자발급 시간이 늘어났다는 얘기뿐이다.

독일,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총 4곳의 국가에 위치한 캐나다 영사관의 비자 서비스 담당부서가 문을 닫으면서 각 영사관들이 처리하던 비자 서류들은 다른 국가로 배송 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일본 영사관의 비자 신청서는 필리핀에 위치한 캐나다 영사관에서 처리 된다.

호주 관관청의 일본 여행과 관련된 페이지를 봐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인근 지역을 제외하고는 “Exercise normal safety precautions”라고 표시해놓았다.

그 다음에 소개하는 미국으로 이민간 한 일본인 교수의 인터뷰 내용은 출처가 의심된다. 앞서 링크했던 부분에서 김익중 교수의 글과 함께 나오는데, 출처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다.

후쿠시마가 체르노빌의 11배라는 말도 의심스럽다. 11배의 근거가 되는 얘기는 앞서 소개한 김익중 교수의 강의 같은데 김익중 교수는 이를 사용한 핵연료의 양을 비교해서 얘기한다. 어찌보면 조금 무책임하다 싶은 단순계산인데, 이에 대해 반박할만한 근거는 차고 넘친다.

UN에 의해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미국에서 발생했던 쓰리마일 원전사고보다 훨씬 심각하지만 체르노빌 사고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읽기 쉬운 국내 기사를 소개 하자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갑상선 피폭량은 ’체르노빌의 1/30’이라고 쓰여진것을 볼수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Chernobyl Disaster Repeat In Japan Not Expected At Fukushima Nuclear Plant” 글을 보면 후쿠시마 원전의 설계가 체르노빌보다 더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피해는 체르노빌만큼은 아닐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글 자체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의 얘기로 저 글을 올린 1020lee1라는 작성자가 쓴 글들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글 시작 부분에 처음 쓰는 글이라고 하는데, 작성자가 쓴 글을 찾아만 봐도 그렇지 않다는걸 알 수 있다.

좀 더 검색을 해 보자면 이 글의 원출처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녹색당과 Truth11이라는 곳이 나온다고 한다.

Truth 11이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후쿠시마 관련 글 자체만 보면 이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정말 기성 언론들이 회피하고 있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Truth 11이라는 사이트는 백혈병이 단지 약품을 팔기 위해 의학계와 약학계, 제약회사들이 결탁해서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하거나, 백신은 다른 병을 더 많이 발생시켜 의학계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끔 하는 거짓말이라 주장하거나, 미국이 HAARP를 운용하여 세계 각지에 이상기후상황을 만들고 일본의 대규모 지진을 일으켰다거나, 오바마의 총기규제 법안의 진정한 목적은 일당독재를 위한 거라던가. 한참 웃었던 것 중에 하나는, 페이스북의 배후에는 구글이 있고, 이게 인터넷 통제를 위한 초석이라는 글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가 없다는 얘길 하려는게 아니라, 위험성에 대한 과도한 괴담이 도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망했다느니[4], 일본 여행이 자살여행이라느니 하는 얘기들을 하기 전에 도대체 어떤 위험이 있는지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말해야 한다. 구체적이지 않은 막연한 공포를 퍼뜨리는 일은 위험한 일이다.

아마 일본의 방사능 문제와 관련된 자료는 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쉽게 찾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글을 읽고 아무런 비판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다. 선동을 하는듯한 말투나 감정에 호소하는 글귀들을 보면 대뜸 의심부터 드는게 정상이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가 떠다니고, 그 정보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낼수 있는건 사용자의 몫이다. 차라리 모르는게 잘못 아는것보다 낫다.

+) 내가 이딴 쓰레기 글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황금같은 주말에 2시간을 날리다니…

업데이트 2014.3.28) 원래 네이트판 글이 터져서 웹어카이브로 링크를 대체한다.


  1. Advanced Search에서 기간을 잡고, 검색어를 Japan, Radiation, Fukushima로 바꿔가면서 넣어봤을때 나오는 논문이다.  ↩

  2. 업데이트 2) 명태의 원산지는 잡히는 해역이 아니라, 어느 국적의 선박이 잡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통되는 명태의 90% 이상이 러시아 해역에서 조업된다고 하니, 전체적인 내용에 큰 문제는 없을듯 싶다. 하지만 어쨌든 잘못된 추론으로 접근하였으므로, 각주를 추가한다.  ↩

  3. 세슘이 명태에서 발견됐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일본산 명태에서 검출된 것이다.  ↩

  4. 일본이 망한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이 아니라 지난친 우경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