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Facebook Google+ Flickr Tumblr
Comments Closed

박상현 리틀베이클라우드 이사가 뉴욕대 아서카터저널리즘인스티튜트 교수 Mitchell Stephens를 인터뷰했다. 미디어오늘에 올라온 인터뷰다.

저는 NBA 농구를 수 십 년을 보면서도 ‘픽앤롤(pick-and-roll) 플레이’가 뭔지, ‘삼각공격(triangle offense)’이 뭔지 전혀 몰랐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바인(Vine)같은 짧은 동영상을 통해서 그런 플레이가 뭔지 정확하게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똑똑한 사람들이 운동경기에 대해서 아주 뛰어난 글을 쓰죠. 그런 사람들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은 보도수준을 높여야 하는 압력을 받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아주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최악의 경기였습니다’ 같은 판에 박힌 선수 인터뷰가 아니라, 도대체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비슷한 일이 정치보도에서도 일어나는 겁니다. 단순히 힐러리 클린턴이 무슨 말을 했고, 도널드 트럼프가 무슨 말을 했다는 팩트만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했고,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그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은 어떤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지 않고 있는지, 무슨 이슈를 피하고 있는지, 그런 이슈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그들이 그런 이슈를 어떻게 다루려고 할 것인지를 이야기해줘야 하는데, 그런 건 쉽게 쓸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하지만 독자와 시청자를 현명하게 만들어주는 보도는 그런 보도죠.

이 인터뷰 정말 좋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아직 국내 언론들은 팩트에 치중하는 보도를 더 많이 한다. 외국에서 잘 나가는 언론들이 팩트보다 — 좀 더 정확한 표현은 팩트와 ‘함께’ — 맥락과 의견을 전달하는데 집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팩트에만 치중한 뉴스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솔직히 말하면 재미도 없다.

이렇게 맥락과 의견을 강조하는 뉴스들의 장점 중 하나는 그게 언론의 브랜드 —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기자의 브랜드 — 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어떤 특정 언론사의 단독 보도가 아닌 이상 그 언론사에서 꼭 기사를 볼 필요가 전혀 없다. 단독이 아니라면 연합뉴스를 보는게 간편하다[1]. 팩트만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연합뉴스에 대부분 가장 빨리 올라오니까. 하지만 그런 팩트를 중심으로 맥락과 의견을 더해줄 수 있는 언론사가 있다면, 팩트만 가지고 직접 맥락을 떠올려야 하는 연합을 볼 필요가 없다. 독자 입장에서 연합의 기사는 대단히 불친절하니까.

영미권의 언론사를 토대로 보자면 이런 식이다. 어떤 사안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어떤 뉴스를 볼까? 사람마다 선호하는 언론이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복스를 본다. 뉴스보다는 오피니언과 맥락을 더 자세하게 짚어주는 글을 보고 싶다면? 애틀랜틱을 본다. 통계에 충실한 기사를 보고 싶으면? FiveThrityEight이나 NYT Upshot을 본다. 이렇게 뉴스의 전달 방식이나 기사에 덧붙여지는 의견에 따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언론사가 달라진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이런 수준의 차별화가 가능한 곳이 거의 없다. 일반 독자들이 한국의 언론을 다른 언론과 구별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역시나) 안타깝게도 뉴스의 전달 방식이 아니라 언론의 정치성향이다.


  1. 연합 뉴스가 최고라는 얘긴 아니다. 기사 제목에 단독을 붙이는 통신사라니, 좀 웃기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