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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올라온 박선영 기자의 글이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만약 여자였다면? ‘그녀’는 저커버그처럼 찬탄을 받을 수 있었을까? ‘단벌 패션’을 철학으로 내세울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을 보면 쉽게 그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언제나 쓰리버튼 재킷에 통 넓은 정장 바지를 입는 그녀의 일관된 스타일은 끊임없이 ‘패션 테러’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는 “메르켈은 자신의 특별한 비율에 맞춰 옷을 입어야 한다”며 “너무 긴 바지, 너무 타이트한 재킷, 끔찍한 컬러. 모든 게 다 틀렸어! 앞머리도 안 어울려!”라고 언론을 통해 비판했다(이듬해 “이번엔 괜찮네”라고 ‘칭찬’하기는 했지만). 메르켈의 색깔만 달라지는 똑같은 팬트수트 스타일을 풍자해 2012년 네덜란드의 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색깔만 바뀌는 팬톤 메르켈 룩 차트를 만들어 ‘비극의 스펙터클’이라는 제목을 붙이기까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재닛 옐런도 똑같은 재킷을 한 달 새 두 번 입고 공식석상에 등장했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남성 권력자가 같은 옷을 입고 나오면 검소의 상징이지만, 여성 권력자가 같은 옷을 반복해 입는 것은 패션에 대한 테러. 저커버그는 되고 메르켈은 안 되는 ‘단벌 패션’. 이 이중잣대의 정치성을 삐딱하게 해부해 보자.

[…] 지난해 4월 23일 열린 ‘마틸다 데이’는 패션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건 남녀 모두에게 그래야 하며, 그래도 패션은 자아의 표현으로 삶의 중요한 활력소라고 생각한다면 이 역시 남녀 모두에게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패셔니스타의 길을 가든, 단벌패션을 고수하든, 잣대는 동일하게. 패션은 그래서 정치고,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