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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자들이 성공한 여성보다 더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없다. 반박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이 대답은 링크한 글의 주인공, 에밀리 템플-우드의 생각이다. 작년, 올해의 위키피디안 상을 공동 수상하고, 현재는 의대에 재학 중인 템플-우드는 위키피디아에서 약 57,600건의 문서를 편집했다. 인터넷에서 이름을 알린 템플-우드를 여성혐오자들이 가만둘리 없다. 그녀의 메일함에는 그녀를 강간하겠다고 협박하는 메시지가 도착했고, 위키피디아의 사용자 페이지는 그녀를 비방하는 글들로 훼손됐다. 안타깝지만,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에게 이런 일은 흔하다.

자신을 향한 욕설과 비방이 계속되면, 많은 이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침묵하고 정신 건강을 챙기거나, 이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낸다. 욕설과 비방이 심해질수록 후자의 선택을 하기란 점점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 글의 필자가 지적하듯, 전자의 선택을 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인터넷은 점점 더 지루한 공간이 되어 버린다. 누군가가 침묵할 것을 강요당하고, 웹을 떠나버리면, 그들의 목소리는 인터넷이라는 광장에서 사라지고 만다. 인터넷을 지배하는 아이디어와 밈은 점점 더 침묵당하지 않는 사람들, 즉 남성들의 취향과 관점에 맞게 치우쳐진다. 결국 웹은 지루해질 뿐만 아니라, 가치를 잃게 된다.

나무위키를 예로 들어보자. 나무위키에서 볼 수 있는 주도적인 관점은 대개 남성중심적이다. 최근의 이퀄리즘 사건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무위키의 문서 상당수가 편향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건 이미 상식이다. 나무위키만 탓할 것도 아니다.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의 상당수가 그렇다. 누군가는 메갈리아를 예로 들며 편향된 건 똑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메갈리아가 지난 한 달 간 채 10개의 새 글이 올라오지 않은, 침묵당한 커뮤니티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위키피디아의 경우 편집자의 약 90 퍼센트가 남성이고, 532만 건의 문서가 남성의 성취와 관심사에 치중되어 있다. 예를 들면, 닌자 거북이에 관한 문서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 토니 모리슨에 관한 문서보다 두 배나 길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할 거라고 생각되는 위키피디아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남성 위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링크한 글의 주인공 에밀리 템플-우드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템플-우드는 위키피디아의 편집자로, 여성혐오자들이 자신에게 욕을 할때마다 침묵하는 대신, 자신의 분노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풀어냈다. 그녀는 누군가 자신에게 강간, 살해 협박을 하고, 누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할 때마다, 이전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주목할만한 여성 과학자들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을 침묵시키려 했던 익명의 멍청이들에게 보내는 최고의 “fuck you”라고 생각했다.

템플-우드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그녀도 처음엔 욕을 먹을 때마다 상대방을 같이 욕했고, 때론 상처를 받아서 울음을 터뜨린 적도 많았다. 하지만 분노라는 것은 불과 같아서 사람을 잡아먹는다. 분노는 분노로서 소비될 때보다, 생산적인 일을 위한 동력으로 쓰일 때 가장 가치가 있다. 템플-우드는 그걸 잘 알았던 셈이다. 그녀는 자신의 분노를 《여성 과학자들을 위한 위키프로젝트》의 동력으로 삼았고, 현재 그 프로젝트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아티스트》, 《LGBT 관련 콘텐츠》 같은 에디터톤과 함께 위키피디아의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지루한 웹 대신에 좀 더 흥미롭고 재밌는 웹을 보게 됐다. 이쯤되면 최고의 fuck you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