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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11 팁 & 트릭

iOS 11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을 무작위 순서로 적어본다.

화면 녹화 기능
제어 센터에 화면 녹화 버튼을 추가하면 녹화가 가능하다. 버튼 추가는 설정에서 가능하다. 앱에서 나오는 소리도 함께 녹음 가능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앱에서 나오는 영상은 녹화되지 않는다.

제어 센터 커스터마이징
제어 센터에 있는 다양한 버튼들을 설정에서 추가하고 뺄 수 있다. “설정 > 제어 센터 > 제어 항목 사용자화”에서 커스터마이징 가능.

스크린샷 마크업 기능
스크린샷을 하고 나면, 캡쳐한 화면이 좌측 하단에 뜨고, 하단에 뜬 캡쳐 이미지를 탭하면, 스크린샷에 다양한 낙서(?)를 할 수 있다.

운전 중 방해금지 모드 설정
속도와 블루투스 연결 여부를 확인해 사용자가 운전 중인지 탐지하고, 운전 중이라면 알림에 방해받지 않도록 자동으로 방해 금지 모드로 설정된다.

아이패드에서 드래그 앤 드롭 가능
앱이 지원한다는 전제 하에, 이미지나 링크 등등 다양한 항목들을 다른 앱으로 드래그 앤 드롭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 여러 앱 아이콘 한 번에 선택 가능
하나의 아이콘을 탭하고 있는 상태로 다른 앱의 아이콘을 탭하면 여러 앱 아이콘이 한 번에 겹쳐진다. 이렇게 겹쳐진 앱은 한 번에 폴더 안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페이스 타임 중 화면 캡쳐 기능 개선
예전엔 페이스 타임 중 화면을 캡쳐해서 사진을 남겼지만, 이젠 별개의 버튼이 생겼다. 버튼을 누르는 경우, 통화 중인 상대방의 전면 카메라를 이용해 라이브 포토를 캡쳐해준다.

페이스 타임 중 상대방이 화면 캡쳐하지 못하게 하기
위 기능을 이용해 상대방이 내 얼굴을 캡쳐하는 게 싫다면, “설정 > FaceTime > FaceTime Live Photo” 옵션을 꺼버리면 된다. 물론 상대방이 스크린샷을 찍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

라이브 포토 개선
라이브 포토로 찍은 사진에서 화면을 조금만 아래로 내리면, 루프, 바운스, 장노출 등의 효과를 추가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에게 라이브 포토 보내기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에게 라이브 포토를 보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엔 사진이 아니라 MP4 파일로 전송된다.

새로운 아이메시지 효과
메아리와 스팟라이트 효과가 새로 생겼다.

긴급 구조 요청
아이폰에서 락 버튼을 빠르게 다섯 번 누르면, 긴급 구조 요청 화면이 뜬다. 긴급 구조 요청 번호는 “설정 > 긴급 구조 요청”에서 설정 가능. 락 버튼을 다섯 번 빠르게 누르고, 긴급 구조 요청 화면을 띄우게 되면, 터치 아이디는 자동으로 비활성화된다.

한 손 키보드
키보드에서 언어 설정 변경(지구본)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한 손 키보드 변경 버튼이 나타난다.

파일
파일 앱이 새로 생겼다.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뿐만 아니라, 드롭박스, 구글 드라이브 등의 서드파티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연동해서 쓸 수 있다. 모바일에서 파인더탐색기 역할을 하는 앱.

시리 타이핑하기
시리에게 목소리가 아니라 타이핑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문서 스캔
노트 앱에서 + 버튼을 누르고, 도큐멘트 스캔을 누르면, 문서를 스캔할 수 있다. 자동으로 종이 경계를 인식하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직접 경계를 조정해줄 수도 있다. 이렇게 스캔된 문서는 노트 앱의 마크업 기능을 이용해 편집도 가능.

QR 코드 스캔
이젠 기본 카메라 앱에서 QR 코드를 스캔할 수 있다. 별도의 설정은 필요없고, 카메라 앱을 켜고 QR 코드를 비추기만 하면 된다.

와이파이 자동 연결 설정
어딜 가든 iptime에 자동 접속하는 아이폰 때문에 짜증이 났다면, 이제 이 기능을 쓰면 된다. “설정 > Wi-Fi”에서 자동 연결되지 않았으면 하는 와이파이를 선택하고, 설정을 꺼버리면 된다.

아이메시지 알림 끄기
아이메시지에서 알림이 더 이상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대화가 있다면, 이 기능을 쓰면 된다. 메시지 목록에서 알림이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메시지 목록은 좌측으로 스와이프 하면, “알림 가리기”라는 항목이 뜬다.

에어팟 탭 세부 설정
이전엔 에어팟을 두 번 탭할 경우 어떤 동작을 할지에 대해서만 설정이 가능했다면, 이젠 좌측과 우측의 탭 설정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설정 > Bluetooth > Airpod”에서 원하는 동작을 설정할 수 있다.

손쉬워진 새 기기 설정
새로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구매한 경우, 기존에 쓰던 iOS나 맥 옆 두고 기기 설정을 시작한다면, 아이클라우드 키체인 같은 개인 정보들을 손쉽게 기기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사용하지 않는 앱 삭제
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앱을 지울 수 있게 해주는 옵션이 등장했다. “설정 > 일반 > iPhone 저장 공간 > 사용하지 않는 앱 없애기”를 활성화하면, 폰 저장 공간이 부족해졌을 때 사용하지 않는 앱을 지워서 저장 공간을 확보한다. 그렇게 앱이 지워진다 하더라도, 앱 내의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으며, 나중에 앱스토어에서 앱을 새롭게 받으면 앱 내부 데이터는 그대로 살아있게 된다.

서드파티 앱에서 비밀번호 자동 입력 가능
사파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아이클라우드 키체인을 이젠 서드파티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젠 서드파티 앱에서도 (앱 개발자가 지원해준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사파리에서 비행기 도착 시간 확인
사파리 검색창에서 비행편을 검색하면,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을 알려준다.

사진의 용량이 줄어든다
사진은 HEIF, 동영상은 HEVC 포맷을 채택했다. 덕분에 기존과 동일한 화질의 사진이나 영상을 더 적은 용량을 소모한 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용량보다는 호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설정 > 카메라 > 포맷”에서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지도 앱에서 한 손으로 확대/축소 가능
지도 앱에서 더블 탭을 한 후 위 아래를 손가락을 움직여보면, 한 손으로도 지도를 확대/축소할 수 있다.

사파리에서 PDF 생성 가능
공유 버튼을 누르고, PDF 생성 아이콘을 탭하면 자동으로 마크업 가능한 PDF 파일이 생성된다.

전원 버튼 누르지 않고 폰 종료하기
전원 버튼이 고장났다면, “설정 > 일반 > 시스템 종료”를 이용해 폰을 끌 수 있게 됐다.

와이파이 비밀 번호 공유하기
현재 내가 사용 중인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iOS 기기를 사용하는 친구가 접속하려 한다면, 내 아이폰에 친구가 와이파이에 접속하려한다는 팝업 창이 뜬다. 여기서 승인을 누르면 친구에게 현재 이용 중인 와이파이의 비번이 자동으로 공유된다. 카페에서 누군가 한 명 와이파이에 이미 접속했다면, 내 연락처에 있는 다른 친구들이 굳이 귀찮게 비밀번호를 확인하러 카운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사진 앱에서 GIF 저장 및 재생 가능
드디어!

사파리에서 사이트 간 추적 방지 기능 추가
광고하는 사람들에게 재앙 같은 기능 추가.

아이클라우드 저장 공간 가족 간 공유 가능
200GB 이상의 플랜에 가입해 있는 경우, 저장 공간을 가족들끼리 나눠서 쓸 수 있다. 굳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이클라우드 저장 공간 부족에 허덕이며, 유료 플랜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클라우드 파일 공유 가능
이제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저장된 파일들을 웹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아이메시지 동기화 기능
아이폰에서 어떤 메시지를 지워버리면 이제 아이패드에서도 지워진다….는 아직 기능 추가 얘기만 있고, 아마 11.x 버전쯤에서 지원해줄 계획인듯.

3D 터치를 이용한 앱 전환 기능 삭제
…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11.0에서는 빠졌고, 곧 다시 추가해준다고.

멀티 태스킹 화면에서 홈화면 사라짐
기존엔 멀티 태스킹 화면에서 홈화면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 옵션이 사라지고, 그냥 (앱 화면이 아닌) 백그라운드를 탭하면 홈화면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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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X, 그리고 페이스 아이디

Ars Technica의 Ron Amadeo는 아이폰 X(엑스가 아니라 텐이다)에 새롭게 탑재된 얼굴 인식 기능을 보고 이런 얘기를 한다.

아이폰 X이 처음으로 얼굴 인식이 들어간 폰은 아니다. 그리고 그 폰들은 모두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페이스 ID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인체 공학에 있다: 얼굴을 인식시키려면 얼굴이 잘 보이게 폰을 가져다 대야 한다. 이건 느리고, 어색한 일이다. 특히 의식적인 동작이 없는 지문 인식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English

아직 아이폰 X의 페이스 ID를 써보지 않은 상황에서, 이 말은 맞는 얘기처럼 들린다. 아이폰 X에 페이스 ID가 탑재된 것이 디스플레이 안에 터치 ID를 넣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적용됐다는 루머가 있었으니, 어쩌면 애플이 사용자 경험을 희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애플이 정말 그랬을까? Techcrunch에 올라온 Craig Federighi의 인터뷰를 보면 아마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을 잠금해제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거리와 각도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Federighi는 “[사진을 찍기 위해] 전면 카메라를 위치시키는 정도의 거리와 매우 비슷할 겁니다.”라고 말한다. "일단 눈에서 입까지의 거리가 적절한 범위 내에 들어온다면 작동할 겁니다 — 다소 극적인 각도에서도 작동할 겁니다 — 폰이 무릎 위에 있어서, 매우 낮은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얼굴의) 특징들을 볼 수만 있다면 잠금 해제될 것입니다. 요컨대, 자연스러운 각도로 폰을 사용한다면 잠금이 풀릴 것입니다.

English

그렇다면, Ron Amadeo의 걱정은 기우인 셈이다. John Gruber는 터치 아이디 대신 어쩔 수 없이 페이스 아이디를 넣었다는 말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애플은 이 결정을 1년도 전에 내렸다. 아마 아이폰 X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엣지 투 엣지 디스플레이를 적요하는 것이었을테다. 어쨌든 화면 아래 무언가 있어서는 안됐다. 물론, 터치 아이디를 화면 아래에 넣는 초기의 시도는 플랜 B로 존재했었다. 하지만 애플은 1년도 전에 페이스 아이디가 나아가야할 방향임을 확신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제 애플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들었고, 그 중엔 매우 긴 시간 동안 아이폰 X 프로젝트에서 일했던 이도 있었다. 그들은 디스플레이 아래에 터치 아이디를 넣는 걸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관둔 것이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관뒀다. 나는 그들이 터치 아이디를 넣지 못해서가 아니라, 일찍부터 페이스 아이디를 더 선호해서 그랬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English

실제 페이스 아이디의 사용자 경험을 우리가 상상하는 최고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애플의 결정은 납득이 된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 가정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John Gruber의 글이다.

내가 이벤트의 핸즈-온 구역에서 아이폰 X을 만져본 건 10–15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나는 페이스 ID를 시험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아이폰 X을 벌써부터 매일 사용하고 있는 몇몇 애플 직원들과 — 공식적으론 미디어 종사자로서, 비공식적으론 친구로 그들을 만났다 — 함께 시간을 보냈고, 내가 그들로부터 보게 된 것과 그들이 나에게 말해준 바에 따르면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들 중 몇몇은 엔지니어들이지, PR이나 제품 홍보팀에서 일하는 이들이 아니다 — 페이스 아이디는 매우 잘 작동한다(it just works). 페이스 ID에 대해 의식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에 따르면, 페이스 아이디를 의식하지 않는 것에 매우 빠르게 적응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페이스 아이디를 쓰다가) 터치 아이디를 사용하는 기기로 돌아가면, 기기를 잠금해제하기 위해 버튼을 터치해야한다는 사실이 불편해진다고 한다.

English

아이폰에서 잠금을 해제하려면 홈 버튼을 눌러야하기 때문에 지문 인식이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어떤 앱에서 지문 인식을 요청했을 땐 분명 지문 인식 또한 하나의 과정으로 작동한다. 번거로운 일은 아니지만, 손가락을 가져다 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폰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그 ’과정’은 단축된다. 누가 이 폰을 사용 중인지 기기에게 내가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가 스스로 누가 사용 중인지 알아채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이 더 나은 기술인지는 명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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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팬덤과 비판적 지지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대중의 지지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정치인에게 팬덤이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게 대통령 정도 되는 정치인이라면 팬덤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과 팬덤은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돌의 팬덤과 달리, 정치인은 전폭적인 지지보다 비판적인 지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처럼 권력의 정점에 선 정치인에겐 특히 그렇다. 어떤 정치인의 지지자란 그 정치인을 가장 엄정하게 비판하고 감시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을 선택했다.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바라는 사회를 만드는 데 그가 가장 적임자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쩐지 사실상의 대선일 것 같아 신청했던) 민주당 경선에서도 문재인을 찍었으니, 이 정도면 누군가 나에게 문빠라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의 팬덤이기보다는 지지자로만 남고 싶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거부감이 생각난다. 난 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고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아니라, 문재인이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않을 걸 알기에 표를 줬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보지 않았나.

정치인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이 오는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친듯한 속도로 백스텝을 밟았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세상이란 먼 곳 어딘가에 있는 결승선 같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과정의 문제랄까. 결승선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을 비판하고, 비판에 정치인이 응답하는 것 또한 그동안 간절히 바라던 세상이 아니었던가.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속도가 조금 느린 건 괜찮다. 그 느린 속도마저도 결국 내가 원했던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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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주문이 풀리면, 영화는 마치 입 안의 솜사탕처럼 녹아 사라진다” 뉴요커의 《미녀와 야수》 리뷰에 나오는 말이다. 2017년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화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어쩐지 기억에 남는 건 많지 않다. 2017년 작품의 원작이었던 91년의 애니메이션은 어땠을까? 아마 이 스토리의 가장 널리 알려진 교훈이라면, ‘외면의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도일 것이다. 야수가 가진 내면의 아름다움을 외면의 아름다움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현명한 미녀 벨은 결국 잘생긴 왕자와 그가 가진 부를 모두 얻게된다.[1]

하지만 정말 이 오래된 이야기의 교훈이 그걸로 끝일까? 91년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되었던 작품은 1740년 프랑스의 소설가, 가브리엘-쉬잔 바르보 드 빌레느브가 쓴 이야기다. 애초의 야수는 코끼리와 물고기를 섞어 놓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혼종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1756년 이를 아이들이 읽기 좋게 동화로 각색한 장 마리 르프랭스 보몽의 작품이 좀 더 유명하다. 보몽의 작품에서 야수의 생김새는 상상에 맡겨지고, 정확히 묘사되지 않는다. 그 이후 이 이야기는 현대의 신화가 됐다. 그렇다면, 1700년대에도 이야기의 교훈은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중요성’이었을까? 미네소타 대학의 교수, 잭 자이프는 1983년 자신의 책에서 “사회의 남성 일원이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과 동화에 내재된 의미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동화는 신화가 되지 않는다.”고 썼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못생긴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를 얻기 위해 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다소 피상적인 분석일뿐,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결혼이라는 제도의 미덕을 (남성 중심적인 시각으로 여성에게) 홍보한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 동물 신랑(혹은 신부)과 사람 신부(혹은 신랑)가 나오는 설화에 대한 책을 쓴 마리아 타타르는 표면적으로 아버지 대신 자신이 갇히기로 결정한 미녀의 희생 정신이 강조되지만, 이것이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고, 야수의 의지에 순종하는 관계”를 뜻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녀와 야수》 이야기 속에 담긴 문화적 함의들은 꽤나 결혼의 그것과 비슷하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관계를 만들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 말이다. 미녀가 이 모든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 부와 잘생긴 남편을 얻는다는 것을 떠올리면, 훌륭한 결혼 장려 설화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미녀와 야수》 같은 이야기는 또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큐피드와 프시케 이야기 속에서 프시케는 결코 남편의 얼굴을 봐서는 안된다는 경고와 함께 괴물과 결혼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경고를 무시하고, 남편의 얼굴을 몰래 확인한 프시케는 남편이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신, 큐피드라는 걸 알게 되지만, 경고를 무시한 댓가로 남편을 잃고, 남편의 어머니인 비너스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갖은 고난을 겪는다. 옛날 이야기뿐이 아니다. 《킹콩》에서 여주인공이 킹콩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기억나는가?[2]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여자가 야수고, 남자가 사람인 경우다. 《백조 아가씨》 설화에서 사냥꾼은 젊은 여성들이 깃털로 만들어진 옷을 벗고 호수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사냥꾼은 그 중 옷 한 벌을 숨긴다. 다른 이들이 깃털옷을 입고 백조가 되어 날아가는 동안, 옷을 빼앗긴 여성은 사람의 형태로 남아 사냥꾼과 결혼하게 된다. 그들은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지만, 숨겨둔 깃털옷을 여자가 발견했을 때, 여자는 옷을 입고 백조가 되어 사라진다. 남여가 뒤바뀐 반대의 이야기니, 이번엔 ’사회의 여성 일원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내용’이 들어가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이 이야기는 남성 독자들에게 잠재적으로 여성은 다르다고, 여자들은 야생에 더 가깝고,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타타르는 이런 이야기가 “비밀스럽게 결혼의 억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여성에게 결혼은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의무를 지되, 깃털옷으로 상징되는 자유를 대가로 하는 제도인 셈이다.[3]

평소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엠마 왓슨은 《미녀와 야수》에서 주체적인 벨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 노력에는 야수와 천천히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라든가, 스톡홀름 신드롬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야수와 날을 세우며 싸우는 모습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녀와 야수》 이야기가 기저에 깔고 있는 함의는 분명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 페미니스트에게 결혼은 자유와 욕망을 포기하는 대가로 부와 남자를 얻는 것이 아니니까.


  1. 왜 벨이 야수의 생김새까지도 사랑했을 거라는 가정은 없는지 모르겠지만.  ↩

  2. 남자 주인공이 암컷 킹콩과 사랑에 빠지는 영화였다면, 흥행이 얼마나 됐을지 조금 궁금해진다.  ↩

  3. 선녀와 나무꾼이 당연히 떠오를 것이다. 흥미로운 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다양한 변주에도 불구하고, 나무꾼이 행복하게 사는 해피엔딩은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남성 독자들에게 경고를 한다는 의미가 꽤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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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금 식상한 주례사 중에 그런 말이 있다.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까?” 신랑과 신부는 그렇게 하겠다고 서약한다. 하지만 신랑과 신부를 죽음이 갈라놓고 나서는 어떨까? 조금 억지를 더해서 저 질문을 뒤집으면, 죽음이 갈라놓고 나면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어쩐지 발칙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이기적인지라, 상대가 나의 죽음과 상관없이 영원히 나를 사랑해주길 원한다. 그건 어쩐지 잔인한 이기심이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애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현재의 살아있는 나는 죽은 후의 나를 상상하지 못하고, 그냥 애인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상상에만 화가 났다. 하지만 머리를 조금만 차갑게 하고 생각해보면, 서로가 가장 행복한 방법은 둘 중 하나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삶을, 그리고 또다른 사랑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과거의 사랑이 한 사람만을 영원히 그리워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면, 현대의 사랑에선 나 이후의 새로운 사랑을 이해하고 권할 수 있는 것이 미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뉴욕 타임스 《Modern Love》에 올라온 이 글은 현대의 사랑이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는 글이 아닐까 싶다. 대단히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감동적인 이야기다. 전문을 번역했다.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Amy Krouse Rosenthal)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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