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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Uncategoriz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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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여자를 말하다

《에스콰이어》 2018년 2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2018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훌루의 드라마 <시녀 이야기>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모스는 수상 소감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소설 <시녀 이야기>의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입니다: ‘우리(여성들)는 신문에 이름이 오르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신문의 가장자리에 있는 하얀 빈 공간에서 살았습니다. 그건 우리를 더 자유롭게 했습니다. 우리는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빈틈 속에 살았습니다.’ 이 상은 이 세상에서 평등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불의에 맞설 만큼 용감한 마거릿 애트우드 당신과 당신 이전, 이후의 모든 여성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신문 가장자리의 하얀 빈 공간에 살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이상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빈틈 속에 살지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신문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드라마의 원작 소설 <시녀 이야기>가 여성을 오직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만 보는 가상의 디스토피아를 그렸다는 점, 그리고 시기적으로 할리우드의 성폭력 문제가 중요한 이슈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슴을 벅차게 하는 감동적인 수상소감이라 할만하다. 엘리자베스 모스가 얘기했듯, 과거와 달리 여성들은 이제 스스로 이야기를 쓰고,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다. 2017년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 1,2,3위는 각각 <스타 워즈: 라스트 제다이>, <미녀와 야수>, <원더 우먼>이었고, 세 작품 모두 여성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들이었다. 지난 37년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이렇듯 신문 기사, 드라마, 영화, 소설 등 많은 미디어에서 여성들은 이제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여성들이 쓰는 이야기에 관해, 그중에서도 소설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영어로 쓰인 소설이다 보니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영미권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단편 소설이 있다. 뉴요커에 올라온 <캣 퍼슨>이라는 소설이다. 2017년 뉴요커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읽혔고, 크리스틴 루피니언이라는 신예 작가가 썼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마고라는 20대 여자 주인공이 로버트라는 30대 남성과 만나는 이야기다. 마고는 자신이 일하는 영화관에서 로버트를 만난다. 이 둘은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첫 데이트를 한다. 하지만 데이트는 생각보다 로맨틱하지 않았다. “허세로 가득한 홀로코스트 영화”를 봐야 했고, 데이트 중엔 “혀를 목구멍까지 밀어 넣는” 끔찍하고 나쁜 키스를 했다. 이어진 섹스는 더 최악이었다. 로버트는 섹스 도중 마고에게 섹스가 처음인지 물었고, 발기도 유지하지 못하면서, “토끼처럼 부르르 떨다 사정”했다. 데이트부터 섹스까지 마고는 계속해서 로버트가 어떤 사람인지 걱정하고, 자신의 선택을 의심한다. 남자가 옷을 벗는 모습을 보며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섹스를 거절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워 싫다고 얘기하지 못한다. 얼핏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줄거리지만, 이 소설은 여성들의 엄청난 공감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복스는 20대 여성들이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것들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은 잘 알지 못하는 남성과 데이트를 할 때 여성이 느끼는 불안감,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상대에게 친절하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20대 여성들이 데이트할 때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마고는 로버트와 관계를 이어가면서도, 이 남자가 자신을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 강간하려는 것이 아닌가 상상하고, 남자의 집에 가서도 남자가 사실은 자신을 속여서 죽이려 하는 살인마가 아닌지 상상한다. 남자들은 여자와 데이트를 할 때 그런 상상을 하지 않는다. 크리스틴 루피니언이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인용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말처럼 “남자들은 여자가 자신을 비웃는 것을 걱정하지만, 여자들은 남자가 자신을 죽일까봐 걱정한다”. 그동안 여성의 정체를 모호하게 묘사하며 신비스러움을 강조하는 소설들은 많았지만, 남성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여성들의 두려움을 묘사한 소설은 많지 않았다. 루피니언은 의도적으로 남성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묘사하지 않음으로써 이러한 부분을 강조했다.

여성들이 “가장자리의 하얀 빈 공간”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인 작가가 비슷한 일을 직접 경험하고 느꼈기 때문이다. 루피니언은 온라인에서 알게 된 남자와 만났던 불쾌한 경험에서 <캣 퍼슨>의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저는 그 사람이 저를 대하는 방식에 충격을 받았고, 즉각적으로 제가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 남자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소설 자체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작가의 경험들은 소설의 소중한 소재가 된다.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소설 <82년생 김지영> 또한 조남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픽션으로 만든 이야기다. 조남주 작가는 “평범한 여성은 이렇게 살고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고 말한다. 같은 작가의 단편 소설인 <현남 오빠에게> 또한 주변의 여성이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나쁜 연애의 기억에 관해 쓴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이런 소설은 남성 작가들이 쓰기 어렵다. 남성들은 여성들과 같은 세계를 살면서도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설이 꼭 작가의 경험을 소재로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한계는 어쩔 수 없이 소설에서 드러나고 만다. 뉴요커의 픽션 에디터 드보라 트라이스만은 <캣 퍼슨>이 “강간이나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그어진 섬세한 선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관계의 섬세함을 문장으로 풀어내기에 여성 작가가 남성 작가보다 더 적합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독자들은 여성이 여성의 문제에 관해 쓴 이야기들이 문학적이지 않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캣 퍼슨>의 경우, 소설의 인기만큼 반발도 컸다. 트위터에선 작품을 깎아내리는 반응만 모아놓은 “<캣 퍼슨>에 대한 남자들의 반응”이라는 계정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복스는 우리의 문화가 남성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주목할만하고, 보편적이고, 문학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사소하고, 흥미롭지 않고,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캣 퍼슨>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캣 퍼슨>을 문학으로 보려 하지 않는 반응들이 있었다. 뉴요커라는 언론에 올라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소설이 아닌 “기사”라고 하거나, “에세이”라고 언급하는 식이었다. 뉴요커의 픽션 섹션에 올라왔고, 3인칭 시점에서 서술됨에도 <캣 퍼슨>을 폄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논픽션으로 언급하고자 했다. <캣 퍼슨>을 논픽션으로 얘기하는 것은 이 소설이 갖는 문학적인 장점을 지워버리는 일이다.

<캣 퍼슨>의 인기는 한국에서 <82년생 김지영>이 얻는 인기를 떠올리게 한다. 시기적인 부분이 두 소설의 인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 작가가 둘 다 무명이었다는 점, 여성의 이야기를 써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두 소설의 공통점이다. 재밌는 건 반발 또한 비슷하다는 점이다. <캣 퍼슨>을 문학으로 취급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82년생 김지영> 또한 한편에서 작품이 기존 순문학의 미학적 기준을 충족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을 순문학으로 보기보다는 “각종 통계와 자료를 한 인물의 생애에 그대로 대입해 ‘소설 형식을 빌린 르포르타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르포르타주로 분류한다고 해서 <82년생 김지영>이 갖는 주제 의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다시 한 번 “가장 자리의 하얀 빈 공간”으로 쫓겨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다행히 반발과 상관없이, 2018년에도 여성들의 이야기는 계속 될 예정이다. 모든 배우가 여성 배우로 바뀐 <오션스 8>이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주연을 맡은 <툼 레이더> 리부트, 에바 두버네이가 감독을 맡고, 리즈 위더스푼, 오프라 윈프리가 출연하는 <시간의 주름> 같은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캣 퍼슨>을 쓴 크리스틴 루피니언은 이 소설 덕분에 거액의 계약금을 받는 출판 계약을 했다. 그동안 우리는 남자가 주인공인 남자의 이야기를 지겹게 들어왔다. 영화에서 그랬고, 소설에서 그랬고, 현실에서도 그랬다. 시대적인 흐름은 남자의 이야기에 대해 이제는 그쯤이면 충분하다고 얘기한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에 당황하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언제나 늘 있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주목해야할 것은 반발이 아니라,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제서야 우리는 온전히 인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은 인간의 이야기 중 절반만 들어왔던 셈이 아니던가. 우리는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빈틈에 숨겨져 왔던 삶을 이제서야 하나의 온전한 이야기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나는 내가 그 이야기를 듣는 관객석의 가장 앞줄에 앉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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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추남들

《에스콰이어》 2018년 1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2017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은 “침묵을 깬 이들”이다. “침묵을 깬 이들”은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 속에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성폭력 피해를 용감하게 말한 여성들 모두를 칭한다. 타임지는 2017년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고 봤다. “침묵을 깬 이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MeToo 해시태그를 만들어 하나의 운동을 끌어냈다. #MeToo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여성혐오적 언행들을 표면화시켰다. 시작은 할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틴이 과거부터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뉴욕 타임스와 뉴요커의 보도에서 촉발됐다. 그 이후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성폭력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제보들이 있었고, 미국의 언론은 그 제보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기사로 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42명의 남성이 성폭력과 성추행 때문에 해고당하거나, 사표를 썼고, 24명이 정직을 당하거나 직장 내에서 처벌을 받았다. 10월 5일, 와인스틴의 보도 이후 2달 동안 66명의 유명 남성들이 성추행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렀으니 타임지의 선정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2달간의 연이은 제보와 보도는, 성추행을 일삼는 여성혐오적인 이들에게 더는 당신이 설 자리는 없다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한다. 일회성 보도에 끝나지 않고, 이렇듯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침묵을 깬 이들”과 언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언론까지도 “침묵을 깬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비 와인스틴의 사안을 보자. 처음 와인스틴을 기사화했던 뉴요커의 로난 패로우 기자는 11월의 후속 보도에서 와인스틴이 어떻게 자신에 대한 보도를 막았는지에 관해 썼다. 와인스틴은 모사드를 비롯해 전직 스파이들이 일하는 사설 보안 에이전시를 이용해 자신이 괴롭힌 여성들과 기자들이 공개적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게 막았다. 와인스틴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제보한 로즈 맥고완은 위장된 신분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던 이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여성 인권 지지자인 척 맥고완에게 접근해 비밀스럽게 대화를 녹음했고, 어떤 여성들이 와인스틴에 대해 제보를 하려 하는지 사전에 알아내려 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가 쓴 “하비 와인스틴의 공모자들”이라는 기사는 그동안 와인스틴이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와인스틴은 내셔널 인콰이러의 편집자를 이용해 자신을 제보하려는 이의 평판을 깎으려 했고, 자신에 대한 기사를 쓰려는 기자와 만나 호의를 베푸는 척 보도를 막으려 했다. 앞서 언급했던 맥고완의 자서전 출판을 막기 위해 출판사에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와인스틴에 대한 얘기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표면화될 수 없었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침묵을 깨기 위해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커리어와 삶을 걸어야 했는데, 와인스틴은 그마저도 묵살시킬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와인스틴이 보여주는 인간의 바닥이 다소 독보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의 바닥 또한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케빈 스페이시를 보자. 15명의 남성이 그가 자신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제보했다.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의 배우, 앤서니 랩은 자신이 14살 때 케빈 스페이시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에 케빈 스페이시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하며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랩에게 사과한다는 성명을 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덮기 위해 동성애자라는 소수자성을 이용하려 했다는 부분은 와인스틴과는 다른 케빈 스페이시의 바닥이다. 피해자 중 일부가 청소년이었다는 것도 문제다. 동성애자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하다.

유명 코미디언인 루이스 C.K.의 성추행 뉴스가 떴을 때, 많은 미국인은 그리 놀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평소 성적인 이야기를 코미디의 소재로 자주 사용 해왔으니 성추행 기사가 그리 이상하진 않았달까. 하지만 루이스 C.K.가 평소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남성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그는 “여자에게 남자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는 없다”며 스탠딩 코미디를 했던 사람이다. 허핑턴 포스트는 그를 “여자만이 페미니스트는 아니라는 걸 증명한 남자” 중 하나로 꼽았다. 사실은 그가 “위협적인 존재”였는데도 말이다. 그는 코미디 업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여성들을 불러놓고, 그들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꺼내 자위를 했다. 기사가 나오고, 루이스 C.K.는 성명을 통해 “이 이야기들은 사실”이라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저는 그때 먼저 성기를 꺼내도 되냐고 물어보기 전에는 성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니 (제가 한 행동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은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때, 내 성기를 봐달라고 하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그 권력을 무책임하게 휘둘렀습니다.” 루이스 C.K.가 바닥에서 보여준 그나마의 인간다운 품위였다.

항상 동심을 안고 사는 사람으로 유명했던 디즈니 픽사의 프로듀서, 존 라세터의 경우엔 본격적인 성추행 뉴스가 터지기 전에 휴직을 신청했고, 미국의 간판 앵커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찰리 로즈 또한 성추행 때문에 CBS에서 해고됐다. 할리우드에서만 성추행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술 언론인들 사이에서 유명인이었던 로버트 스코블, 뉴 리퍼블릭의 발행인이었던 해밀턴 피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든 앤디 루빈, 앨라바마 주의 공화당 상원 의원 후보 로이 무어, 복스 미디어의 에디토리얼 디렉터 록하트 스틸 등등 성추행은 어느 분야에나 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성추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확정적인 보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에 관한 강간 혐의라든가, 조지 H.W. 부시의 성추행 혐의 같은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서 이미 언급되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확정적인 보도가 있었고, 비디오 테이프라는 물증까지 제기됐던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얘기도 있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이들이 과거의 행동에 책임을 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대중의 압박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국 또한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기에 미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라면, 보도가 있은 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와인스틴은 자신이 만든 회사, 와인스틴 컴퍼니에서 해고당했고, 아카데미 위원회는 그의 회원자격을 박탈했다. 여전히 수중에 많은 돈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가 사회적으로 재기하기란 힘들 것이다. 케빈 스페이시 또한 뉴스가 터지자마자 일자리를 잃었다. 넷플릭스는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행 뉴스가 뜨자마자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케빈 스페이시를 제외했다. 루이스 C.K. 또한 방송 활동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HBO는 성추행 뉴스가 뜨자마자 발 빠르게 루이스 C.K.의 과거 프로젝트들을 자신들의 온디맨드 플랫폼에서 전부 내려버렸다. 기술 업계에서의 영향력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앤디 루빈조차 자신이 만든 스타트업에서 휴직해야 했다. 이렇듯 확실한 불이익은 남성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뚜렷한 메시지를 준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여성을 강간하려는 친구에게 돼지 발정제를 건네줬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전히 잘 먹고 잘살고 있으며, 자신이 쓴 책에서 여성을 비하한 탁현민은 아직도 청와대에 있다. 성추행까진 아니어도 방송에서 여성 혐오를 일삼고 있는 연예인들도 일자리를 잃을 걱정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단편적으로 보자면, 옳은 일에 대한 인센티브와 옳지 않은 일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할 부분이라면, 언론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다. 60명이 넘는 남성들에 대한 성추행 보도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이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비 와인스틴의 추악함을 고발하기 위해 뉴욕 타임스와 뉴요커는 수십 명의 제보자를 찾아다녔고, 와인스틴이 도망칠 구멍을 막아버렸다. 케빈 스페이시를 고발한 이들은 15명이나 됐고, 루이스 C.K.의 경우엔 5명의 여성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똑같은 목소리가 함께 모이면, 가해자들은 변명으로 회피할 수 없게 된다. 이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성추행 혐의가 단순한 일대일 사실 공방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이러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자신이 목소리 덕분에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처벌받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비로소 오래된 침묵이 깨진다.

타임지가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인물 2위는 도널드 트럼프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위치를 생각하더라도, 과거 “스타가 되면 여자들이 (하고 싶은 짓을 해도) 그냥 둡니다. 보지를 움켜쥐고, (뭐든지 할 수 있죠)” 같은 말을 했던 이가 올해의 인물 2위라는 사실은 우리가 “침묵을 깬 이들”이 1위라는 사실에 만족하고 안주할 수 없게 만든다. 2016년이 끝날 무렵 2017년은 페미니즘이 더 중요해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았다.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증명하듯,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2017년의 단어로 페미니즘을 꼽았다. 연이은 성추행 보도는 단순히 가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징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적인 부분에 대한 성찰을 끌어냈다. 바다 건너 유명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는 깨달음도 줬다. 이 흐름이 2017년뿐만 아니라 2018년에도 이어질 거라는 걸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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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11 팁 & 트릭

iOS 11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을 무작위 순서로 적어본다.

화면 녹화 기능
제어 센터에 화면 녹화 버튼을 추가하면 녹화가 가능하다. 버튼 추가는 설정에서 가능하다. 앱에서 나오는 소리도 함께 녹음 가능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앱에서 나오는 영상은 녹화되지 않는다.

제어 센터 커스터마이징
제어 센터에 있는 다양한 버튼들을 설정에서 추가하고 뺄 수 있다. “설정 > 제어 센터 > 제어 항목 사용자화”에서 커스터마이징 가능.

스크린샷 마크업 기능
스크린샷을 하고 나면, 캡쳐한 화면이 좌측 하단에 뜨고, 하단에 뜬 캡쳐 이미지를 탭하면, 스크린샷에 다양한 낙서(?)를 할 수 있다.

운전 중 방해금지 모드 설정
속도와 블루투스 연결 여부를 확인해 사용자가 운전 중인지 탐지하고, 운전 중이라면 알림에 방해받지 않도록 자동으로 방해 금지 모드로 설정된다.

아이패드에서 드래그 앤 드롭 가능
앱이 지원한다는 전제 하에, 이미지나 링크 등등 다양한 항목들을 다른 앱으로 드래그 앤 드롭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 여러 앱 아이콘 한 번에 선택 가능
하나의 아이콘을 탭하고 있는 상태로 다른 앱의 아이콘을 탭하면 여러 앱 아이콘이 한 번에 겹쳐진다. 이렇게 겹쳐진 앱은 한 번에 폴더 안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페이스 타임 중 화면 캡쳐 기능 개선
예전엔 페이스 타임 중 화면을 캡쳐해서 사진을 남겼지만, 이젠 별개의 버튼이 생겼다. 버튼을 누르는 경우, 통화 중인 상대방의 전면 카메라를 이용해 라이브 포토를 캡쳐해준다.

페이스 타임 중 상대방이 화면 캡쳐하지 못하게 하기
위 기능을 이용해 상대방이 내 얼굴을 캡쳐하는 게 싫다면, “설정 > FaceTime > FaceTime Live Photo” 옵션을 꺼버리면 된다. 물론 상대방이 스크린샷을 찍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

라이브 포토 개선
라이브 포토로 찍은 사진에서 화면을 조금만 아래로 내리면, 루프, 바운스, 장노출 등의 효과를 추가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에게 라이브 포토 보내기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에게 라이브 포토를 보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엔 사진이 아니라 MP4 파일로 전송된다.

새로운 아이메시지 효과
메아리와 스팟라이트 효과가 새로 생겼다.

긴급 구조 요청
아이폰에서 락 버튼을 빠르게 다섯 번 누르면, 긴급 구조 요청 화면이 뜬다. 긴급 구조 요청 번호는 “설정 > 긴급 구조 요청”에서 설정 가능. 락 버튼을 다섯 번 빠르게 누르고, 긴급 구조 요청 화면을 띄우게 되면, 터치 아이디는 자동으로 비활성화된다.

한 손 키보드
키보드에서 언어 설정 변경(지구본)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한 손 키보드 변경 버튼이 나타난다.

파일
파일 앱이 새로 생겼다.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 뿐만 아니라, 드롭박스, 구글 드라이브 등의 서드파티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연동해서 쓸 수 있다. 모바일에서 파인더탐색기 역할을 하는 앱.

시리 타이핑하기
시리에게 목소리가 아니라 타이핑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문서 스캔
노트 앱에서 + 버튼을 누르고, 도큐멘트 스캔을 누르면, 문서를 스캔할 수 있다. 자동으로 종이 경계를 인식하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직접 경계를 조정해줄 수도 있다. 이렇게 스캔된 문서는 노트 앱의 마크업 기능을 이용해 편집도 가능.

QR 코드 스캔
이젠 기본 카메라 앱에서 QR 코드를 스캔할 수 있다. 별도의 설정은 필요없고, 카메라 앱을 켜고 QR 코드를 비추기만 하면 된다.

와이파이 자동 연결 설정
어딜 가든 iptime에 자동 접속하는 아이폰 때문에 짜증이 났다면, 이제 이 기능을 쓰면 된다. “설정 > Wi-Fi”에서 자동 연결되지 않았으면 하는 와이파이를 선택하고, 설정을 꺼버리면 된다.

아이메시지 알림 끄기
아이메시지에서 알림이 더 이상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대화가 있다면, 이 기능을 쓰면 된다. 메시지 목록에서 알림이 울리지 않았으면 하는 메시지 목록은 좌측으로 스와이프 하면, “알림 가리기”라는 항목이 뜬다.

에어팟 탭 세부 설정
이전엔 에어팟을 두 번 탭할 경우 어떤 동작을 할지에 대해서만 설정이 가능했다면, 이젠 좌측과 우측의 탭 설정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설정 > Bluetooth > Airpod”에서 원하는 동작을 설정할 수 있다.

손쉬워진 새 기기 설정
새로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구매한 경우, 기존에 쓰던 iOS나 맥 옆 두고 기기 설정을 시작한다면, 아이클라우드 키체인 같은 개인 정보들을 손쉽게 기기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사용하지 않는 앱 삭제
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앱을 지울 수 있게 해주는 옵션이 등장했다. “설정 > 일반 > iPhone 저장 공간 > 사용하지 않는 앱 없애기”를 활성화하면, 폰 저장 공간이 부족해졌을 때 사용하지 않는 앱을 지워서 저장 공간을 확보한다. 그렇게 앱이 지워진다 하더라도, 앱 내의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으며, 나중에 앱스토어에서 앱을 새롭게 받으면 앱 내부 데이터는 그대로 살아있게 된다.

서드파티 앱에서 비밀번호 자동 입력 가능
사파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아이클라우드 키체인을 이젠 서드파티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젠 서드파티 앱에서도 (앱 개발자가 지원해준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된다.

사파리에서 비행기 도착 시간 확인
사파리 검색창에서 비행편을 검색하면,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을 알려준다.

사진의 용량이 줄어든다
사진은 HEIF, 동영상은 HEVC 포맷을 채택했다. 덕분에 기존과 동일한 화질의 사진이나 영상을 더 적은 용량을 소모한 채 촬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용량보다는 호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설정 > 카메라 > 포맷”에서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지도 앱에서 한 손으로 확대/축소 가능
지도 앱에서 더블 탭을 한 후 위 아래를 손가락을 움직여보면, 한 손으로도 지도를 확대/축소할 수 있다.

사파리에서 PDF 생성 가능
공유 버튼을 누르고, PDF 생성 아이콘을 탭하면 자동으로 마크업 가능한 PDF 파일이 생성된다.

전원 버튼 누르지 않고 폰 종료하기
전원 버튼이 고장났다면, “설정 > 일반 > 시스템 종료”를 이용해 폰을 끌 수 있게 됐다.

와이파이 비밀 번호 공유하기
현재 내가 사용 중인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iOS 기기를 사용하는 친구가 접속하려 한다면, 내 아이폰에 친구가 와이파이에 접속하려한다는 팝업 창이 뜬다. 여기서 승인을 누르면 친구에게 현재 이용 중인 와이파이의 비번이 자동으로 공유된다. 카페에서 누군가 한 명 와이파이에 이미 접속했다면, 내 연락처에 있는 다른 친구들이 굳이 귀찮게 비밀번호를 확인하러 카운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사진 앱에서 GIF 저장 및 재생 가능
드디어!

사파리에서 사이트 간 추적 방지 기능 추가
광고하는 사람들에게 재앙 같은 기능 추가.

아이클라우드 저장 공간 가족 간 공유 가능
200GB 이상의 플랜에 가입해 있는 경우, 저장 공간을 가족들끼리 나눠서 쓸 수 있다. 굳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이클라우드 저장 공간 부족에 허덕이며, 유료 플랜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클라우드 파일 공유 가능
이제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저장된 파일들을 웹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아이메시지 동기화 기능
아이폰에서 어떤 메시지를 지워버리면 이제 아이패드에서도 지워진다….는 아직 기능 추가 얘기만 있고, 아마 11.x 버전쯤에서 지원해줄 계획인듯.

3D 터치를 이용한 앱 전환 기능 삭제
…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11.0에서는 빠졌고, 곧 다시 추가해준다고.

멀티 태스킹 화면에서 홈화면 사라짐
기존엔 멀티 태스킹 화면에서 홈화면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 옵션이 사라지고, 그냥 (앱 화면이 아닌) 백그라운드를 탭하면 홈화면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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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X, 그리고 페이스 아이디

Ars Technica의 Ron Amadeo는 아이폰 X(엑스가 아니라 텐이다)에 새롭게 탑재된 얼굴 인식 기능을 보고 이런 얘기를 한다.

아이폰 X이 처음으로 얼굴 인식이 들어간 폰은 아니다. 그리고 그 폰들은 모두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페이스 ID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인체 공학에 있다: 얼굴을 인식시키려면 얼굴이 잘 보이게 폰을 가져다 대야 한다. 이건 느리고, 어색한 일이다. 특히 의식적인 동작이 없는 지문 인식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English

아직 아이폰 X의 페이스 ID를 써보지 않은 상황에서, 이 말은 맞는 얘기처럼 들린다. 아이폰 X에 페이스 ID가 탑재된 것이 디스플레이 안에 터치 ID를 넣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적용됐다는 루머가 있었으니, 어쩌면 애플이 사용자 경험을 희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애플이 정말 그랬을까? Techcrunch에 올라온 Craig Federighi의 인터뷰를 보면 아마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을 잠금해제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거리와 각도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Federighi는 “[사진을 찍기 위해] 전면 카메라를 위치시키는 정도의 거리와 매우 비슷할 겁니다.”라고 말한다. "일단 눈에서 입까지의 거리가 적절한 범위 내에 들어온다면 작동할 겁니다 — 다소 극적인 각도에서도 작동할 겁니다 — 폰이 무릎 위에 있어서, 매우 낮은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얼굴의) 특징들을 볼 수만 있다면 잠금 해제될 것입니다. 요컨대, 자연스러운 각도로 폰을 사용한다면 잠금이 풀릴 것입니다.

English

그렇다면, Ron Amadeo의 걱정은 기우인 셈이다. John Gruber는 터치 아이디 대신 어쩔 수 없이 페이스 아이디를 넣었다는 말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애플은 이 결정을 1년도 전에 내렸다. 아마 아이폰 X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엣지 투 엣지 디스플레이를 적요하는 것이었을테다. 어쨌든 화면 아래 무언가 있어서는 안됐다. 물론, 터치 아이디를 화면 아래에 넣는 초기의 시도는 플랜 B로 존재했었다. 하지만 애플은 1년도 전에 페이스 아이디가 나아가야할 방향임을 확신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어제 애플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들었고, 그 중엔 매우 긴 시간 동안 아이폰 X 프로젝트에서 일했던 이도 있었다. 그들은 디스플레이 아래에 터치 아이디를 넣는 걸 그렇게 할 수 없어서 관둔 것이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관뒀다. 나는 그들이 터치 아이디를 넣지 못해서가 아니라, 일찍부터 페이스 아이디를 더 선호해서 그랬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English

실제 페이스 아이디의 사용자 경험을 우리가 상상하는 최고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애플의 결정은 납득이 된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 가정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John Gruber의 글이다.

내가 이벤트의 핸즈-온 구역에서 아이폰 X을 만져본 건 10–15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나는 페이스 ID를 시험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아이폰 X을 벌써부터 매일 사용하고 있는 몇몇 애플 직원들과 — 공식적으론 미디어 종사자로서, 비공식적으론 친구로 그들을 만났다 — 함께 시간을 보냈고, 내가 그들로부터 보게 된 것과 그들이 나에게 말해준 바에 따르면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들 중 몇몇은 엔지니어들이지, PR이나 제품 홍보팀에서 일하는 이들이 아니다 — 페이스 아이디는 매우 잘 작동한다(it just works). 페이스 ID에 대해 의식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에 따르면, 페이스 아이디를 의식하지 않는 것에 매우 빠르게 적응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페이스 아이디를 쓰다가) 터치 아이디를 사용하는 기기로 돌아가면, 기기를 잠금해제하기 위해 버튼을 터치해야한다는 사실이 불편해진다고 한다.

English

아이폰에서 잠금을 해제하려면 홈 버튼을 눌러야하기 때문에 지문 인식이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어떤 앱에서 지문 인식을 요청했을 땐 분명 지문 인식 또한 하나의 과정으로 작동한다. 번거로운 일은 아니지만, 손가락을 가져다 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폰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그 ’과정’은 단축된다. 누가 이 폰을 사용 중인지 기기에게 내가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가 스스로 누가 사용 중인지 알아채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이 더 나은 기술인지는 명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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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팬덤과 비판적 지지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대중의 지지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정치인에게 팬덤이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게 대통령 정도 되는 정치인이라면 팬덤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과 팬덤은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돌의 팬덤과 달리, 정치인은 전폭적인 지지보다 비판적인 지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처럼 권력의 정점에 선 정치인에겐 특히 그렇다. 어떤 정치인의 지지자란 그 정치인을 가장 엄정하게 비판하고 감시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을 선택했다.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바라는 사회를 만드는 데 그가 가장 적임자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쩐지 사실상의 대선일 것 같아 신청했던) 민주당 경선에서도 문재인을 찍었으니, 이 정도면 누군가 나에게 문빠라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의 팬덤이기보다는 지지자로만 남고 싶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거부감이 생각난다. 난 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고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아니라, 문재인이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않을 걸 알기에 표를 줬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대통령은 지난 10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보지 않았나.

정치인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세상이 오는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미친듯한 속도로 백스텝을 밟았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세상이란 먼 곳 어딘가에 있는 결승선 같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과정의 문제랄까. 결승선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을 비판하고, 비판에 정치인이 응답하는 것 또한 그동안 간절히 바라던 세상이 아니었던가.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속도가 조금 느린 건 괜찮다. 그 느린 속도마저도 결국 내가 원했던 세상이니까.